안녕 소소한 하루

소개팅 이야기

한손엔꽃을 2009. 2. 22. 01:06


오늘 소개팅을 했어! 나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지(써프라이즈??^^). 하나 부터 열까지 너에게 말해주려 해. 숨길 일도 아니잖아?ㅎ

만나기 이틀전 부터 소개를 받아 문자를 주고 받았어. 전날엔 장소와 시간을 약속했지. 그날 밤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하고 옷장에 있는 옷을 전부꺼내 이렇게 저렇게 입어보곤 했어. 결국엔 처음에 생각했던대로 결정을 지었지만 말이야.^^; 샤워를 하고 머리에 기름을 발라서 이렇게 넘겨보기도 하고 저렇게 넘겨보기도 하고 혼자 놀고 있으니 시계 바늘은 어느새 새벽 한시를 넘어 섰더라구. 이만하면 되겠구나 싶을때 침대에 누웠지요.

만나는 날. 점심을 먹기전에 간단히 운동을 했어. 기분전환 겸 조금 더 듬직한 모습을 보여줄까 하고. 씻고 준비를 하고 점심을 먹었어. 약속 시간은 저녁 6시 30분, 여유롭게 컴퓨터 좀 만지면서 앉아 있을려고 하는데, 예방 접종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왠지 모르게 떨리는거야. 집에만 있기 그래서 일찍 나왔어. 약속장소 근처에서 조금 걷다가 건물안에 들어가 책을 읽었어. 마음 좀 가라 앉히려고. 이게 왠걸, 약속 시간이 거의 다 되니까 글자가 눈에 안들어 오더라. 사람이란게 참 신기한 동물이구나 했지. 나가서 헬륨 가스가 들어있는 풍선을 사려고 했어. 만나려면 신원 확인을 해야 하잖아.ㅋㅋ 그런데 암만 찾아봐도 없더라구. 로멘스는 무슨 로멘스. 됐다 싶어서 약속 장소로 갔지. 전화로 만났어. 간단히 인사도 하고 따뜻한 음료캔을 건내줬어.

저녁을 먹으러 갔지. 그때부터는 긴장 뭐 이런게 없더라구. 이상하게 돌아갔어. 서로의 공감대를 찾지 못하고 이야기는 이어지지 못했지. 이런저런 이야기는 많이 했는데, 마치 겉도는 톱니바퀴를 보는 듯 했어. 바다 한가운데에서 쉴 곳을찾는 갈매기 같았지. 그 사람도 그랬겠지?
밥먹고 맥주를 마셨는데 거기에서도 우린 톱니바퀴와 갈매기였어. 어느새 시간이 늦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안녕.

만나서 반가웠대. 난 인스턴트 푸드처럼 일회용 인연이 아쉬워 가끔씩 연락하자니까 답장이 없네. 아마도 전화기 전원이 나갔겠지.
아쉬운 만남이었어. 난 나름대로 기대와 떨림을 가지고 나갔는데 돌아오는 건 차가운 현실?ㅎㅎ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측면에선 좋지만 그다지 유익한 활동은 아닌 것 같아. 아니면 땡이라고 하지만, 그 시간동안의 인연은 어떡할건데. 내가 너무 이상한 놈인가 싶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은 이제 옛말일까.

암튼 오늘 소개팅 해서 기분 좋다!

또 하라고 하면?? 글쎄, 넌 염소해. 난 사양할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