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세대들에게 쓰는 편지 [63]
- 김광수경제연구소 hyuk****
이 글은 아고라 네티즌과의 활발한 토론을 위해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참여한 글입니다.
본문에 앞서 짧게 안내 말씀드립니다. 우리 연구소가 12월 2일 처음으로 2010년 한국경제 전망을 주제로 공개세미나를 개최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링크 내용을 참조하시거나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의 공지사항을 참고하셔서 신청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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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이 말 자체가 현재 우리 젊은세대를 상징하는 말이 됐다. 아시다시피 88만원 세대란 이미 외환위기이후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비정규직의 88만원으로 살고 있는 20대의 현실을 지칭하고 있다.
이에 비해 30, 40대는 IMF 사태 이전에 종신고용 등의 안정적인 취업으로 어느정도 경제적 부를 축적한 세대로 이를 바탕으로 부동산 및 주식 투기 등을 통해 기득권을 획득한 세대로 구분하고 있다.
이책의 저자인 우석훈박사 등은 10대, 20대의 독립과 인격을 인정하는 서구 사회와 달리 한국의 30, 40대는 10, 20대를 여전히 보호와 통제가 필요한 어린애 취급을 하는 패쇄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오히려, 한국의 30, 40대는 IMF사태이후 부동산과 교육 분야에서 시장논리를 내세워 천문학적인 주거비용과 교육비용이라는 승자독식 진입장벽을 설치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마치 조폭과 불법 다단계 사업의 착취 행위와 같은 것이라고 일갈하고 있다.
그 결과 20대는 과거 30, 40대가 경험했던 평균적인 삶을 누릴수 있는 취업과 독립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독립을 해야 할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 아니라 비정규직 저임금의 착취당하는 인생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세대간 불균형은 이미 돌이킬수 없을 정도로 고착화되었고, 88만원 세대에게는 더이상 미래가 없다고 주장했다. 세대간 잘못된 불공정 게임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는 우선 20대의 노동에 대한 임금수준을 현실화 해야 하며, 고용 안정을 기할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책의 내용을 다소 장황하게 소개한 것은 한국사회에서 88만원 세대로 일컬어 지는 20대에 대해 비교적 사실적이고, 설득력있게 문제점과 대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책에선 20대와 30, 40대를 구분해놓고 있지만, 실제 지은이들의 주장처럼 30대라고 해서 승자독식을 통해 안정적인 경제적 부를 취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선 생각이 다른 부분도 없진 않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20, 30대의 젊은 세대를 보면 철저히 자기방어적이거나, 아니면 자기방어를 포기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완전히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거나, 둘 중 하나로 변해버린 것 같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직장은 더 이상 믿을 곳이 못되고, 세상에서 믿을 것은 오직 돈 밖에 없으며, 그래서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어떻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 버는데 급급해하고 있는 것 같다.
반면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돈을 벌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사람들은 완전히 사람으로서 정체성을 상실한 채 무력해지는 것 같다. 그런 젊은이들은 계속 안으로 숨어들고 있다. 말할수 없는 극한의 좌절감과 열등감에 세상으로부터 도피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이든 누구든 돈벌게 해준다는 감언이설에 젊은 세대들이 쉽게 현혹되는 것 같다. 물론 그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사리판단도 제대로 하지 못한채 말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또 한가지 안타까운 일은 이들 젊은세대들이 자신들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개인의 역량 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치경제의 시스템적 오류에 기인하는 것인지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기성 정치인들은 그동안 권력욕과 자신들의 사적 이익에 눈이 어두워 자신들의 무지와 도덕적 해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온갖 정책적 실패들을 계속 양산해내고 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정책실패의 결과를 20,30대 젊은 세대들이 모두 뒤집어 써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세대들은 자신들이 엉터리 정책들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사실조차 제대로 깨닫지 못한 채 정치에 무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치에 무관심하고 현실로부터 도피한다고 해서 결코 자신들의 현재 상황이나 미래 운명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정치에 무관심하면 할수록, 또 현실로부터 도피하면 할수록 자신들의 운명은 더욱 나빠질 뿐이다. 젊은 세대가 정치에 무관심하면 할수록 스스로가 자신의 운명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
젊은 세대가 정치에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보다도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인식이 필요하다. 또 무엇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인지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무엇이 문제인지 올바른 문제인식을 가질 수 있다. 올바른 문제인식을 갖게 된다면 결코 기만적인 일부 엉터리 언론들의 사실을 왜곡하는 선동과 조작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올바른 문제인식을 갖게 되면, 그 다음에는 자신들의 운명에 대해 자신들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는 자결(自決)의식과 주체의식을 가지고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에 대해 많은 사람들과 솔직한 토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은 어디서 흘러와서 어디로 흘러 가고 있는지, 누구와 더불어 살고 있는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또한, 이 세상에 한 인간으로 태어나서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다운 삶이며, 후일 죽음의 순간에 이르러 부끄럼 없이 그리고 후회 없이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만일 신이 존재한다면 그 신이 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이 세상에 보낸 목적이 무엇인지, 또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이 이 세상에 온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자신의 실존적 문제에 대해 철학적 역사적 고민을 해봐야 한다.
시공간적으로 DNA적으로 한국과 한국인이라는 현실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또는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이며, 자신의 권리와 책임이 무엇이고, 자신의 자식세대들에 대해서는 무엇을 남겨주어야 할 것인지, 자신들의 자식세대들은 어떻게 살았으면 좋을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20,30대 젊은 세대들끼리 이런 고민들을 서로 진지하게 토론하고 논의하는 것이 곧 정치참여의 출발점이다.
일자리 문제를 시작해서, 주택, 연금, 환경, 교육문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미 시작부터 많이 잘못되어 있거나 또는 더욱 잘못된 길로 접어들려 하고 있다. 기득권 옹호적인 정책결정권자들의 무지와 도덕적 해이로 인해 말이다. 기득권 계층의 이런 엄청난 정책실패들과 도덕적 해이를 젊은 세대들이 그대로 방치할 경우, 나중에 후회한들 이미 때는 늦을 것이다다. 지금부터라도 젊은 세대들은 친구들과의 진지한 토론을 통해 이런 황당한 구조적 모순을 막아야 한다.
2,30대 젊은 세대에게 충고하고 싶다. 한국사회를 짊어지고 갈 2,30대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짧은 지식과 경험으로 자신의 사고를 좁은 틀 속에 가두어버린다면 자기 자신은 물론 절대로 한국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젊은 세대들은 절대로 무식과 무지로 넘쳐나는 한국사회 기성세대들의 계급투쟁적 대립의 틀 속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자신이 과거의 짧은 기간 동안에 배웠던 것에 갇히지 말고 항상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공부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사고의 유연함으로 키울 수 있고 사고가 유연해질 때 비로소 현실이 올바로 보이기 시작하며 현실이 올바로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 문제해결 방안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2,30대 젊은 세대는 5,60대의 기성 세대들에 비해 연령 면에서 한 세대 차이가 난다. 세상이 2,30년 지나면 기존의 기성세대와는 다른 새로운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생겨나게 된다. 그 새로운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이든 그것은 분명히 세대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기성세대의 그것과는 다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가 발전하고 사회가 진보하는 것이다. 만일 젊은 세대들이 기성세대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그대로 답습한 채 자신들의 꿈과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형성하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발전과 진보를 멈추고 정신적 보수화로 인해 정체하게 될 것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2,30대 젊은 세대는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꿈과 이상을 지녀야 한다. 또 먼 훗날 그런 꿈과 이상을 실현하여 자신들의 자식세대들에게 좋은 사회를 물려주겠다는 열정도 지녀야 한다. 그 꿈과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가치들과 열정을 현재 자신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에 담아야 한다. 지금까지 기성세대들이 보여온 시대착오적이고 계급투쟁적인 진보와 보수간 이념적 대립의 연장선상에서 우왕좌왕하거나 부하뇌동해서는 안 된다.
젊은 세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폐쇄적 사고의 틀 속에 가두어 자기최면에 빠지지 않는 사고의 유연성이며, 동시에 2,30대 젊은 세대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행동하지 않는 꿈과 이상과 열정을 잃어버린 패배주의적 보수화 경향과 정치적 무관심이라고 하겠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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