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당히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 어느새 머리는 그러고 있다.
마음과 행동의 사이에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사람에겐 어떻게 받아 들여질까?'라는 커다란 거름망이 존재한다.
이 거름망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그런 이성의 목적이 아니라, 뭔가 께름칙한 냄새가 폴폴 풍기는 듯 하다.
어떠한 모습을 보여주고 그런 모습으로 비춰지길 원하는 이유에서 작용하는 것이겠지만, 그건 이미 내가 아닌 가려진 모습이란 의심이 든다.
그래서인지 내가 하는 모든 행동들이 시원치가 않다. 뭔가 결핍이 되있고 다소 느리고 어떤 땐 엉뚱하다.
가끔은 멀찌감치에서 나를 바라보노라면 '뭐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요놈이 무슨 생각으로 이러고 있을까'하고.
이런 상황을 바꾸어 보려고 '진실'과 '표현'이라는 단어를 가까이 하는 단순한 꼼수를 써보지만 제자리 걸음일 뿐이다.
요즘은 약간은 헷갈리는게 사실이다. 생각과 표현, 주변의 시선에 대해서.
눈 앞에 있는 빵 한 조각을 원하지만, 자신의 지위, 현재상황, 주변의 시선등 복합적인 이유로 배부른척 하거나 너그러운척 양보한다.
당연히 그런 행동이 교양이 있고, 보기 좋아 보인다. '희생'이라는 뻔지르르한 이름도 따라 붙을 수 있겠지.
하지만 주변에 대한 어떠한 의식에서 걸러져 나온 결과였다는 찝찝함에선 벗어날 수 없다.
난 이 둘의 경계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상대방의 무미 건조한 이야기도 웃으면서 고개를 끄떡이며 경청해야 될까? 그것이 상대방에게 안도감을 주고 이야기를 잘 듣고 있다라는 표현이니까?
한약을 쥐어 짜듯 억지 웃음을 나도 모르게 지을때면 거짓말쟁이의 진실을 듣는 듯 내 스스로가 역겹다.
자신을 적당히 포장해서 세상을 마주한다. 심리적으로 당연하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사람들에게 더 나은 기억으로 더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라는 바람이란 말도 매력적으로 들린다.
무인도나 사막에 가면 자기 본래의 모습을 보일까? 아마 멍해지겠지.
헷갈린다. 하지만 이건 확실하다.
내일 아침에도 무얼 입을지 한참동안 고민하다가 겨우 주워 입고 거울앞에서 씨익 웃을 거란거.
그러고 다시 시작하겠지. 주변 의식하기.
..
이천구년이월이십칠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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