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집에 들어와서 컴퓨터를 켜고 책상에 앉았다.
뭔가 허전한 느낌에 전화기를 찾아보니 없다.
엄마가 돌린 세탁기에선 자꾸 '딸그락 딸그락'하고 불길한 소리가 들리고,
'아니겠지.'
기대를 가지고 집전화로 전화를 해보지만 들리지 않는 내 벨소리.
'아 나'
세탁기로 가 '일시정지'를 누르고 뚜껑을 열어본다. 아니나 다를까 내 립글로즈가 둥둥 떠있다.
팔을 걷고 세탁기 바닥을 이리저리 휘젓기 시작하는 나.
물이 참 차갑기도 하다. 한참을 그러다가 손 끝에 걸려 올려진 내 전화기.
카메라 플래쉬가 나 죽겠다는 듯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액정은 당연히 깜깜한 지옥. 바로 배터리를 분리해 물기를 털어본다.
괜찮은 녀석이었는데 안됐다. 인공호흡 방법도 몰라 그냥 뉘워 놓기만 했다.
내일 배터리를 끼고 전원 버튼을 누르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듯 환한 얼굴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이참에 삐삐나 살까. 그나저나 이제 내 알람시계가 고장났으니 내일 아침엔 어떻게 일어난담.